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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독서

[영적독서] 무(無)에의 추구(십자가의 성 요한의 생애) / 리처드 P 하디

by 하늘보나 2022. 1. 5.

제목: 無에의 추구

소제: 십자가의 성 요한의 생애

지은이: 리처드 P 하디

출판사: 분도출판사

역자: 대구가르멜여자수도회

똘레도의 어둔 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생애 가운데 가장 험난했던(?) 사건은 바로 똘레도 감옥에 갇힌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자들로부터 감금된 것도 아니고, 자신과 같은 수도자들에게 납치되어 9개월동안 수욕을 겪으셨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감금부터 탈출까지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저절로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수도원의 개혁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다른 형제들에게 갖은 모욕과 핍박을 받는 장면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이 악한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을 이렇게까지도 괴롭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내 자신은 그런 잘못을 한 적이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마도 외적인 고통보다 내적인 고통과 번뇌가 성인을 더욱 괴롭혔을 것 같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의 신앙은 잘못되었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그러니 요한 성인이 느꼈을 심리적인 압박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모두에게로부터, 심지어 하느님에게로부터도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 지금까지 이루려고 했던 신앙의 목표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이었을까 하는 고민은 아마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고통이었지 않을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예수님의 고난을 가장 잘 이해하게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둔 밤', '사랑의 산 불꽃', '영혼의 노래' 등과 같은 위대한 저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완덕을 향한 강한 의지

 수도회의 역사를 보면 개혁파와 완화파 간의 갈등의 연속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 뿐만 아니라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나 프란치스코 성인과 같은 대성인들께선 보다 철저하고 엄격한 수도생활을 추구하셨다. 그러나 개혁파적인 성향은 언제나 완화파 세력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쪽에 속하던지 이유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한 성인께서 수도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이유는 그리스도를 더욱 사랑하기 위함이었으며, 결론적으로는 그리스도를 닮음, 즉 '완덕'에 이르기 위함이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위대한 이유는 많은 고난을 겪어서도 아니고 유명한 시와 책을 쓰셔서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끝까지 지켜낸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그분을 위대한 성인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성인들의 업적이나 엄격한 수도생활을 먼저 배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그분들의 뜨거운 사랑을 먼저 본받아야 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유머

 이 책의 저자는 십자가의 성 요한이 고리타분하고 꽉막힌 수도자가 아니라 오히려 '유머러스'한 분이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도원의 휴식시간이 되면 수사님들은 요한 성인의 이야기를 들으러 공동방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성인의 얘기들이 너무도 재밌기 때문이었다.

 또한 요한 성인께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재치있는 말을 하실 정도로 평화를 잃지 않는 분이었다. 임종하시기 전, 등에 커다란 종기가 나서 천장에 밧줄을 매달아 붙잡고 생활해야 했는데, 하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가볍네요!"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이러한 면모는 성인들의 생애가 항상 고난 뿐이고, 우리와는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통해서 수준높은 유머와 재치가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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